프란츠 M. 부케티츠의 『자유의지, 그 환상의 진화』는 인간이 지니고 있다고 믿어온 자유의지가 실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다. 저자는 서구 철학 전통에서 비롯된 “영혼과 몸”, “정신과 뇌”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인간으로 하여금 자유의지를 상상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사고는 정신을 물질과 분리된 독립적 실체로 착각하게 하여, 인간의 행동을 자유로운 선택으로 오해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 된다고 본다.
또한 저자는 다윈의 진화론을 토대로 인간 역시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진화의 산물임을 강조한다. 인간의 뇌는 약 200만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발달해 왔으며, 초기보다 세 배 이상 커진 결과, 생존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는 과잉적 인지 능력이 형성되었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해 보일 정도의 사고들이 등장하였고, 그중 하나가 바로 자유의지라는 개념이다. 우리의 선택은 사실 본능적 욕구와 환경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책은 인간의 정신 활동이 단순히 뇌의 작용일 뿐임을 역설한다. 인간만이 특별하다고 여기는 이유들이 다른 동물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음을 지적하며, 예를 들어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하고 학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점, 그리고 모든 생명체가 공유하는 기본적인 생리 기능—예를 들어 호흡—이 인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결국 인간의 독특함은 단일한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의식적인 행동 계획과 언어 능력 등 다양한 인지 기능들이 상호 보완하며 만들어내는 결과임을 설명한다.
결과적으로, 저자는 우리가 내리는 선택이 자유로운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내적 욕구와 외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배고픔을 느껴 음식을 섭취하거나, 다이어트를 위해 식사를 참는 행위 모두 이러한 본질에 기초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들이 인간의 본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본능과 욕구에 따라 자연스럽게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 자체가 인간 존재의 진실된 모습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전통적인 자유의지 개념에 도전하며, 인간의 행동이 진화적 산물임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한다. 나아가 미래의 과학 발전이 인간의 삶과 행동까지 조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암시함으로써, 독자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자유의지가 단순한 환상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욕구와 선택의 과정을 이해하는 데 큰 통찰을 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