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상식’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시간이 흐르면서 형성된 것도 있지만, 사실상 많은 것들이 특정한 목적을 가진 집단에 의해 의도적으로 조작되고 퍼뜨려진 것들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지배 계층은 자신들의 권력과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특정한 가치관을 주입해왔다. 유교적 가치관이 대표적인 예시다. 조선 시대의 왕과 지배층은 유교를 국가 이념으로 삼아 백성들이 유교적 질서를 따르도록 유도했고, 이를 통해 왕과 사대부 계층이 지배하는 사회 구조를 공고히 했다. 백성들은 충(忠)과 효(孝)를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면서 국가와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었고, 이러한 믿음이 체제 유지의 핵심 기제가 되었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거꾸로 생각해보면, 현실이란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공유하는 믿음에 의해 형성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현실’은 객관적인 실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결국, 어떤 것이 ‘선’이고 ‘악’인지는 원초적인 감정적 반응을 제외하면 사회적 합의에 의해 결정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특정 시대나 문화에서는 악으로 여겨지는 것이 다른 시대나 사회에서는 선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성매매는 한국에서는 불법이며 도덕적으로도 비난받는 행위로 여겨지지만, 네덜란드나 독일과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합법적이며 오히려 성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선한 제도로 받아들여진다. 일부다처제 역시 한국에서는 부도덕한 행위로 간주되지만,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전통적인 결혼 제도로 인정받고 있다. 난잡한 성생활 역시 어떤 문화에서는 비난받지만, 성적 자유를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으로 여겨진다. 심지어 살인조차도 절대적인 악이 아니다. 전쟁에서는 적군을 죽이는 것이 영웅적인 행동으로 평가되며, 사형 제도를 시행하는 국가에서는 국가의 이름으로 특정인을 죽이는 것이 정당화된다.
결국, 사람들이 믿고 따르는 도덕적 기준이나 가치관은 본질적으로 절대적이지 않으며, 지배층이 사회적 구조를 유지하고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조정한 결과물일 가능성이 크다. 역사적으로 보면, 종교, 이념, 법, 교육 등을 통해 특정 가치관을 주입하고 선악의 기준을 설정해온 것은 지배층의 중요한 전략이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언론과 교육 시스템을 활용하여 특정한 사고방식을 강화하고, 반대되는 관점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대중을 통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우리가 현재 ‘당연하다’고 믿고 있는 많은 것들이 실은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형성된 것일 수 있으며, 이러한 믿음이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선악의 기준, 도덕적 가치, 사회적 질서란 결국 사람들이 공유하는 믿음일 뿐이며, 이를 조정하는 자가 곧 사회를 지배하는 것이다.